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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묘량동네작가] 민논들의 사계-旺村怕遂書生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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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치민 | 작성일 | 2024-1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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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오면서 민논들은 황금들판으로 바뀌고 있다. 뜨거운 햇살 때문에 고생이 많았지만 비도 적당히 내려서 벼 생육에는 아주 적합한 조건이었다. 매일 아침 돌아보는 민논들은 풍요를 약속한 모습이다. 한 열흘 지나면 추석이다. 벌써 산자락에선 조상들 묘지 벌초하는 예초기 소리가 매미 소리처럼 들린다. 마을에 상주하는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자식들 쉬는 날로 날 잡아 연락하신다. '추석엔 못 와도 벌초 날은 꼭 와야 한다'는 당부까지 함께 보낸다. 함께 모여 조상 묘소를 돌아보고 우거진 풀을 베는 작업이다. 올해는 무더위가 심하고 비도 잦아서 풀이 한껏 자랐다. 벌초가 쉽지 않다. 시끄럽던 예초기 소리가 잦아들고 어르신들의 읍내 나들이가 바쁘다. 추석을 준비하시는 거다. 언제나처럼 민논들을 걷는다. 황금 들녘을 바라보며 걷는 발길이 가벼운데 부지런한 농부들이 드론을 띄워 방제 작업을 시작한다. 자세히 보니 잘 자라던 벼들이 군데군데 마르거나 꺾이고 있다. 멸구다. 벼멸구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내 눈에 병해충 피해가 보인다는 것은 이미 벼멸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35℃를 넘나드는 무더위와 간간이 내리는 비로 높은 습도가 유지되면서 벼멸구가 급속하게 번식했다. 9월 17일이 추석인데 무더위는 여전하고 이틀 걸러 비가 내린다. 농약 방제 효과도 반감된다. 민논들은 벼멸구 세상으로 변했다. 익어가던 황금 들판은 이제 원형 탈모처럼 동그란 원을 그리며 벼들이 말라들어간다. 다가가 죽은 낮 알갱이를 훑어보면 제법 단단하지만 수확해도 거의 소용없을 지경이다. 추석이 지났다. 아린 가슴으로 콤바인 작업을 시작한다. 비는 여전히 잦다. 잠시 비가 뜸한 때 벼를 벤다. 나라에선 벼멸구 피해 보상한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농민들의 아리 가슴을 보듬는데 역부족이다. 나락이 속절없이 벼멸구의 먹기가 되고 말았다. 민논들이 휑하다. 벼 베고 볏짚으로 소먹이 사료를 만든다. 가을장마라 할 만큼 비가 잦았다. 논 배수가 늦어지면서 소먹이 공룡알 작업이 늦어진다. 지난해엔 벼 베고 10일 이내에 모든 작업이 끝나고 겨우내 키울 소먹이 사료 작물 재배가 끝났었다. 늦어도 11월이 되기 전에 마무리됐다. 올핸 추석 전부터 벼멸구의 준동이 있더니 가을장마가 겹쳤다. 간신히 벼를 수확했지만 가을장마로 배수가 원활하지 못해 몇몇 논에선 볏짚 사료를 만들지 못했다. 볏짚이 논에 썩고 있어 사료작물 파종에 어려움이 생겼다. 11월이 돼서야 배수가 끝났다. 사료작물 재배를 위해 논에서 썩어가던 볏짚을 걷어내거나 간신히 태우고 사료작물을 파종했다. 아프고 아린 가을이었다. |